장석주

시인이 제주도를 여행하고 나면 쏟아내는 매력적인 말들

 

: 올해 1월에도 제주도를 갔었죠. 25일 날, 한라일보라는 신문사에서 초청 강연을 해서 내려간 김에 그냥 올라오기는 너무 섭섭해서 제주시 연동 바닷가에 호텔 방을 잡고 2박 3일을 있다 왔죠. 근데 바람이 그렇게 불더라고요. 바람이 불고 눈보라 치고. 사실은 차를 렌트해서 좀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날씨가 좀 음울해서 그냥 호텔에서 책만 읽다 왔죠. 하늘은 회색빛이고, 바다는 방파제 너머로 으르렁거리고 바람은 정말 모든 문을 다 떼어낼 것처럼 덜컹거리고, 이런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그런 곳에서 말이죠.

 

 : 시인님은 자연과의 교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 자연이 그냥 객관적 대상이 아니라 같이 살아서 나에게 자꾸 대화를 거는 듯한 그런 느낌이 좋은 거죠. 조금은 외롭지만 그 외로움이 그렇게 씁쓸한 외로움이 아니라 굉장히 멜랑콜리한 그런 외로움 같아요. 제주도가 주는 것이 그런 평화와 안녕이죠. 그래서 제주도 오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뭔가 좋아요.

 

 : 그래서 시인은 사물이 내는 소리를 듣는다고 하나 봐요.

 

 : 아무래도 조금 더 촉이 발달하고, 보는 눈이 조금 다르죠. 똑같이 보더라도 사람들이 놓친 부분들을 보는 거예요. 그리고 자연과 대화를 한다는 거.

 

김2 : 시인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생각이 난 건데, 제가 지난 8월에 혼자 제주도로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함덕 해수욕장 그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까 거기에 수많은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갑자기 든 생각이 저런 관계들을 하나하나 가지다 보면 여행 자체가 어떤 유희나 노동으로 변질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나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됐어요.

 

: 그건 여행이 아니에요. 그건 관광이죠. 관광과 여행은 달라요. 관광은 스쳐 지나가면서 사물과 풍광을 그냥 보는 자이고, 여행은 몸을 밀고 들어가서 그 몸과 풍경을 혼합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새로운 것들을, 새로운 상상력을 발현시키는 게 다르죠.

 

김2 : 문득 궁금한 것이, 저에게 있어서 여행이란 치유와 성찰의 시간이다란 생각이 들었는데, 시인으로서 본인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 일까요?

 

: 일상이라는 것은 굉장히 낯익은 세계거든요. 사물이라든지, 공간이라든지. 그런 것 속에 빠지면 감각들이 권태를 느끼고 무감각해져요. 그런데 낯선 곳에 가게 되면 우리 뇌가 긴장하거든요. 새로운 인지에 반응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항상 의도적으로 1년에 좀 긴 여행을 해요. 한 달이나 두 달 정도. 올해는 베를린을 생각하고 있는데, 베를린에서 한 달을 살아보는 거죠. 저는 여기저기 사진 찍고 그러지 않아요. 그냥 거기 살면서 걷고, 현지에서 먹고 자고 또 돌아보고, 나라마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살펴보죠.

 

: 그럼, 정말 아무런 계획 없이 가세요?

 

: 네. 아무 계획 없이 가요. 계획이나 가이드북 그런 거 없이. 그리고 저는 패키지여행은 안 해요. 패키지여행 가면 정해진 코스를 돌잖아요. 안내인이 있고, 그렇지만 개별 여행은 그런 게 필요 없지요. 직접 부딪치며 그 풍광과 현지 음식들을 먹으며 여행하죠. 여행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런 음식도 가급적 먹지 않아요. 만약 그런 게 필요하다면, 한국 음식점을 찾아갈 수 있겠죠.

 

: 책도 꼭 가져 가시고요?

 

: 책은 꼭 가져가지만 무게 때문에 최소한도의 책을 가져가요. 그 책을 반복적으로 읽기도 해서 이북 리더기를 샀는데, 지난 여름에 고장 났어요(웃음). 그게 되면 그나마 좀 좋겠는데..


: 일 년에 꽤 긴 여행을 간다고 하셨잖아요. 그렇지만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좀 힘들 수도 있잖아요. 짧게 가더라도 어떻게 가는 여행이 제대로 된 여행이라고 생각하세요?

 

: 짧게 가더라도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곳을 가야죠. 너무 유명한 관광지는 피하는게 좋고, 덜 알려진 곳, 그리고 자기만의 어떤 특별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그런 곳, 영혼의 장소가 될 만한 곳을 찾아서 가는거죠. 가이드북이나 이런걸 갖지 않고. 계획을 너무 세밀하게 짜지 않고 가야해요. 여행할 때 가끔은 길을 잃어버리기도 해봐야죠. 그러면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있어요. 길을 잃어야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있어요. 예기치 않은. 여행의 즐거움이 바로 그거예요. 예기치 않은 것과의 만남.

 

 

장석주 시인의 인터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