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권력의 상징은 '건축물'에서 '미디어'로 진화하였다.

 

현재 사회에서는 미디어에서 많은 시선을 받는 사람이 권력을 잡게 된다. 하지만 현대 시스템이 과거와 다른 점은, 방송국 시스템을 장악하는 사람과 모니터에 보여지는 사람이 다르다는 점이다. 손석희는 JTBC의 방송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지 않다. 예전에는 지구라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제사장이고 자기가 올라가서 권력을 가진다고 한다면, 지금은 방송 모니터에 나오는 연예인하고 시스템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다르다. 그런데 그게 계속 교체가 가능하고, 어떻게 보면 그것이 권력을 분산시킬 방법이 되는 거기도 하다.

 

한편,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에 나오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은 권력을 가지기 위해 SNS를 많이 하게 된다.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좋아요가 많아야 권력을 획득하는 거다. 팔로워들이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가지는 이유는 많은 사람의 시선이 거기 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운동선수들이 권력을 가지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만명정도 되는 경기장에서 손흥민이라는 선수가 드리블을 하면 만 명 모두의 시선이 손흥민에게 갈 것이다. 그럼 그 선수는 권력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 대학강단에 서는 교수 역시 권력을 가지는 이유는 다 자리 배치가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공간구조 상 시선이 집중되는 곳에 서 있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어 있다.

 

 

건축물이 하던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또 하나는 원자폭탄, 항공모함 등 전략무기다. 고대인들이 피라미드를 만든 이유 중 하나는 그와 같은 거대하고 불가능한 건물의 축조가 가능한 통치자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함이다. 인접 국가는 그런 건축물을 보고 그 권력의 모습에 압도되어 쉽게 침략하지 못하게 된다. 그것이 몽골제국이 90년 만에 사라지고, 로마가 천 년 이상 번영한 이유다.

 

로마는 콜로세움같이 무거운 건축물을 전국적으로 지었는데, 몽골은 텐트만 치고 살았기 때문이다. 몽골은 철수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지만, 로마는 건축물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게 된다. 고대 사회에서 수많은 인력과 돈을 들여서 피라미드를 지었 듯이, 현대에는 양자역학을 이용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원자폭탄을 만드는 것이다. 그 활동을 사진이나 영상물로 기록하여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전 세계에 알린다. 버섯구름이 피어나는 이미지와 피라미드가 비슷한 기능을 한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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