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감옥에서 12년 동안 지내야 하는 아이들

우리나라 건축에서 담장이 있는 건축은 두 가지가 있다. 학교와 교도소 이다. 학교는 교정(校庭), 교도소는 교정(矯正) 시설이라 부른다. 둘 다 담을 넘으면 큰일 난다. 둘 다 운동장 하나에 4~5층짜리 건물이 들어선 모습을 띠고 있다. 창문 크기를 빼고는 둘 사이에 공간 구성 차이를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 학교 건축은 막사와 연병장 방식의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공간에서 12년 동안 생활한 아이들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국 어디나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교실로 구성된 대형 교사에서 12년 동안 지내야 하는 아이들을 보면 양계 장의 폐쇄형 닭장 안에 갇혀 지내는 닭이 떠오른다. 남들과 똑같은 교복을 입고 12년간 똑같은 교실에서 자라난 사람은 똑같은 아파트에서 사는 것을 편하다고 여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평생을 양계장에서 사육된 닭을 어느 날 갑자기 닭장 밖으로 꺼내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아보라고 하면 어떻겠는가? 양계장 같은 학교 건축 에서 아이를 가르치고, 졸업한 다음에 창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닭으로 키우고 독수리처럼 날라고 하는 격이다. 큰 학교의 똑같은 교실에서 숫자만 다른 ‘3학년 4반’ 교실에서 키워진 아이들은 대형 아파트의 304호에서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대기업과 공무원과 대형 쇼핑몰을 더 편안하게 생각한다. 다양성을 두려워하는 사회이다.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도전의식을 지닐 수 있게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부터 더 작은 규모로 분동(分棟)해야 하고, 그 앞에는 각기 다른 모양의 작은 마당을 만들어 다양한 모습으로 외부 공간에서 놀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지금은 축구를 못하는 아이들은 학교 외부 공간을 사용하지도 못한다. 여건이 안 되면 테라스라도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형태와 높이의 천장과 다양한 모양의 교실 평면도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의 학교는 대형 건물보다는 마을 같은 느낌이 나야 한다. 운동장을 둘러싼 담장을 허물고 주변에 가게를 두어서 자연스러운 감시를 통해 안전한 운동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방과 후 시민들은 운동장을 광장처럼 사용하고 아이들은 마을 주민 전체가 키우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학교 건축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의 학교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도전정신이 없고, 전체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는 국민만 양산할 것이다. 창의성을 기대할 수 없는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학교 건축이 바뀌어야 한다.

 

유현준, 양계장에서는 독수리가 나오지 않는다. <조선일보>2017. 11. 2

 

 

*본 포스트는 유현준의 스토아 콘텐츠에 함께 담기는 '스토아 매거진' 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