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령

이성과 감정,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까?

연구가 계속됨에 따라 뇌과학에서 의미하는 감정은 일상적인 의미의 감정과 더욱 달라지게 되었다. 일상에서 감정은 이성과 구별되며, 종종 이성보다 열등하다고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감정과 이성은 뇌 속 에서 분명하게 나눠지지 않는다.

뇌 속에서는 감정이 이성보다 하등하지도 않다.

 

감정과 관련된 뇌 영 역으로 ‘변연계’가 자주 언급되는데, 변연계라는 용어는 진화가 박테리 아처럼 단순하고 생명에서 인간처럼 고등한 생물로 진보하는 과정이 라고 믿었던 20세기 초에 생겨났다. 당시에는 진화적으로 나중에 생겨 난 뇌 영역인 신피질이 기억, 문제 해결, 계획처럼 고등하다고 여겨지는 기능들을 수행한다고 믿었다.

 

반면에 변연계와 같은 피질하부 영역 들은 하등하다고 여겨졌던 기능인 감정을 담당한다고 믿었다. 변연계처럼 ‘하등한’ 뇌 영역은 감정처럼 ‘하등한’ 기능을 수행하고, 신피질처럼 ‘고등한’ 뇌 영역은 이성처럼 ‘고등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믿음은 곧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다.

 

 

기억은 이성과 관련된 고등한 기능으로 여겨졌는데 변연계의 대표적인 영역인 해마가 기억에서 결정 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변연계의 다른 영역인 편도체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편도체는 하등하다고 여겨졌던 기능인 감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이성적이라고 여겨지는 기능인 학습에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변연계처럼 하등하다고 여겼던 뇌 영역이 이성에도 관여한다는 사실 이 발견되면서, 이성이 감정보다 고등하다고 볼 수 없게 되었다. 단순 한 동물은 하등하고 인간은 고등하다는 오해나, 생명의 진화는 진보라 는 오해가 줄어들면서 특정한 뇌 부위를 하등하거나 고등하다고 구분 하는 경향도 줄어들었다.

 

흔히 현명한 판단을 하려면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런데 감정이 의사결정에 항상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선택이란 나의 현재 상태를 반영해서 이뤄지는 것이고, 나의 몸과 긴밀하게 연결된 감정은 나의 현재 상태를 요약해서 알려주기 때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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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감정의 뇌과학적 의미와 일상적 의미는 다르고, 이 차이가 감정에 대한 일상적인 의미를 개선하게 해준다. 예컨대 뇌 속에서 이성과 감정이 분명히 나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기 생각이 철저하게 이성적이라고 믿으면 위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뇌과학이 의미 하는 감정이 ‘감정’에 대한 유일하고 정확한 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과학은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의 경우 기쁘고, 슬프고, 화나는 내적 경험이 배제되었다. 일상의 맥락에서 온갖 느낌으로 가득한 감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 아침 상쾌하거나 나른하다면 그 다채로운 감정을 마음껏 즐 기시길.

 

 

- 송민령, 감정은 ‘하등’하지 않다

 

 


 

 

 

Q. 우리 삶과 연관 지어 많은 독자가 뇌과학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뇌과학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바라보도록 이해를 돕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궁금해요.

 

뇌과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같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뇌과학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이해에 근거해서 각자가 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우며 풍성하고 성숙하게 살아가기를,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보다 인간적인 모듬살이가 되어가기를 바랍니다. 저 자신도 다하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런 과정에서 얻은 통찰이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라는 책과 칼럼 에 담겨있습니다. 과학을 전달한다기보다는 이 지식을 활용해서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함께 잘살아 볼까에 대한 고민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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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연재했던 칼럼 중 ‘감정은 하등하지 않다’란 칼럼이 인상적이었어요. 일상에서 감정은 종종 이성보다 열등하다고 여겨지는데, 뇌 속에서는 감정이 이성보다 하등하지도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성과 논리가 지배적이라고 여겨지는 뇌과학에서 조금 의외성이 엿보인 칼럼이었어요.

 

감정이 이성보다 하등하다는 것은 가치 판단이 개입된 진술입니다.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현상이 있는데 그중에 뭔가는 좋고, 뭔가는 나쁘 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치 판단이죠. 가치 판단은 나한테 유리하다거 나 불리하다는 입장, 나한테 좋거나 나쁘게 느껴진다는 감정, 저것은 좋을 것 같다거나 나쁠 것 같다는 막연한 짐작과 편견으로부터 생겨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유색인종과 여성을 멸시했던 것도 지배 층이었던 백인과 남성이 자신들의 입장을 지키고 합리화하기 위해서 였던 것처럼요. 과학자도 사회적인 맥락 속의 인간이고,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기 때 문에 이런 가치판단과 편견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 지만 정확한 사실관계와 이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런 가치판단과 편 견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땅이 편평하다고 믿을 때도 지구는 둥글다는 사 실을 발견할 수 있고, 양자역학처럼 도통 말로 이해되지 않는 것도 발견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권력과 권위가 억압할 때도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돈다고 말할 수 있고, 많은 이가 감정은 이성보다 열등하다고 믿을 때도 그렇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죠. 이렇게 고정된 틀을 넘어서는 세상을 보여주는 것, 그로부터 삶을 바 꿔 가는 것이 과학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 람이 과학을 경제 발전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곤 하는데 과학에는 이렇 게 문화적인 측면도 강합니다. 과학 혁명이 시민 혁명을 비롯한 제도 변화와 긴밀하게 관련된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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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 삶과 연관 지어 많은 독자가 뇌과학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뇌과학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바라보도 록 이해를 돕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궁금해요.

 

뇌과학을 시작하게된 계기와 같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뇌과학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이해에 근거해서 각자가 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우며 풍성하고 성숙하게 살아가기를,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보다 인간적인 모듬살이가 되어가기를 바랍니다. 저 자신도 다하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있고, 이런 과정에서 얻은 통찰이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라는 책과 칼럼에 담겨있습니다. 과학을 전달한다기보다는 이 지식을 활용해서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함께 잘살아 볼까에 대한 고민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