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고독을 마주하는 법

마흔 무렵 서울 살림을 접고 시골에 집을 짓고 내려와 삶을 꾸렸다.

집 뒤로 약수터를 품은 야산이 버티고 있고, 앞으로 넓은 저수지가 있는 경기도 남단의 시골이었다. 고라니가 수시로 출몰하고, 간혹 너구리도 나타났다. 시골에 들어와 살며 새삼 느낀 것은 이곳이 소음공해로 찌든 도시와는 다른 신세계라는 점이다.

 

낮밤없이 시끄러운 도시 소음 속에서 시달리다 온 나는 시골의 고요와는 서먹서먹했다. 특히 시골의 밤은 한없이 고요해서 20데시벨의 가장 낮은 소리의 밀도로 빚어진 침묵이 어둠과 함께 공중에서 내려와 넓게 자리잡을 때 소음에 길들여진 내 청각 기관이 그 침묵을 못 견뎌 했다. 시골에 내려와서도 한동안 도시에서 살며 얻은 항구적 난청이라는 지병(持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봄마다 텃밭에 대추나무, 복숭아 나무, 앵두나무 같은 유실수를 심고, 마당과 그 주변에 작약과 모란, 홍 매화와 영산홍 따위를 심고, 연못을 파서 수련을 부지런히 가꾸었다. 차츰 시골 생활의 즐거움에 빠져들며 비로소 내 청각 기관은 침묵을 오래된 벗처럼 다정하게 받아들였다.

 

- 장석주, 나를 살게 하는 일상의 소리들



 

  


 

김     사실, 시인님께 파주라는 도시는 어떻게 다가올까 궁금했거든요.

 

장     저는 대도시가 갖고 있는 웅성거림, 복잡함, 소음, 그리고 다양한 인간관계 그런 것과 약간은 거리를 좀 두고 싶은 거죠. 파주가 딱 그런 곳이죠. 숨어있기 좋은 곳이고. 제가 혼자 산책하고, 사색하고, 집필하고 이런 거에 최적화된 공간이죠. 그러니까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는 곳이죠. 사람들이 불러내고 만나자 해도 “파주야, 여기 너무 멀어서 못 나가.”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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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시끄러운 대도시들은 좋아하지 않으시겠네요.

 

장     그렇죠. 그런 곳에서 좀 물러나서 은둔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때는 정말 인터뷰도 하지 않고 사진도 안 찍고, 그냥 비밀스럽게, 미디어에 제 모습을 노출하지 않으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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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스스로 고독과 연대를 시키는 건가요?

 

장     굉장히 어려운 말을 쓰시네요. 굉장히 감동받고 당황했어요(웃음). 제가 일전에 쓴 적 있는 말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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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요즘은 혼자 사는 사람도 많고, 그 고독을 지독시리 힘들게 느끼 는 경우가 많은데 시인님 말씀 들어보니까 고독도 되게 좋을 수 있구나를 느껴요.

 

장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창조의 시간인 거예요. 고독은 벗이죠. 아주 오래된 벗. 그래서 차갑게 느끼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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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고독과 긴밀한 온도를 느끼는 거겠네요.

 

장     그렇죠. 고독의 온도와 제 체온은 비슷해요. 저는 하나의 공간에 책과 음악만 있으면 나가고 싶지 않아요. 고독해도.

 

 

장석주 시인의 인터뷰 中